이번 글에서는 정수기는 어떻게 물을 깨끗하게 만들어 줄까를 주제로 글을 작성해보았습니다.

정수기에서 나오는 물을 마시다 보면 수도관을 통해 들어온 물이 정수기 안에서 어떻게 깨끗해지는지 궁금해졌습니다. 작은 정수기 안에서 물을 새로 만드는 것도 아닌데 버튼을 누르면 바로 깨끗한 물이 나오는 것이 신기하기도 했습니다.
사실 정수기는 물속의 불순물을 한 번에 없애는 것이 아니라 여러 종류의 필터를 이용해 단계적으로 걸러내는 방식입니다.
오늘은 정수기가 물을 깨끗하게 만드는 원리와 필터마다 하는 일이 다른 이유 그리고 정수기 필터를 주기적으로 교체해야 하는 이유까지 정리해 보겠습니다.
여러 단계의 필터가 서로 다른 불순물을 걸러낸다
정수기의 가장 중요한 부품은 필터입니다. 하지만 정수기 안에 있는 필터가 모두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제품에 따라 구조에는 차이가 있지만 여러 종류의 필터를 조합해 물속에 있는 다양한 물질을 단계적으로 줄이는 방식이 많이 사용됩니다.
물을 깨끗한 천이나 체에 한 번 통과시키는 모습을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체의 구멍보다 큰 물질은 걸러지지만 구멍보다 작은 물질은 그대로 지나갑니다. 따라서 크기가 서로 다른 불순물을 제거하려면 한 종류의 필터만 사용하는 것보다 서로 다른 특성을 가진 필터를 함께 사용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정수기에서 비교적 앞쪽에 사용되는 필터 가운데 하나가 침전물을 걸러내는 필터입니다.
수돗물이 정수기로 들어오면 물속에 포함될 수 있는 녹이나 모래와 같은 비교적 큰 입자성 물질을 먼저 걸러냅니다. 이러한 역할을 하는 필터를 흔히 세디먼트 필터라고 부릅니다.
이 단계가 중요한 이유는 뒤에 있는 다른 필터를 보호하는 역할도 하기 때문입니다.
큰 입자가 그대로 정밀한 필터까지 들어가면 필터 표면을 빠르게 막아 성능을 떨어뜨릴 수 있습니다. 먼저 비교적 큰 불순물을 제거하면 뒤쪽 필터가 보다 안정적으로 작동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다음 단계에서는 활성탄이 사용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활성탄은 내부에 매우 많은 미세한 구멍을 가지고 있는 탄소 소재입니다. 겉으로 보면 작은 알갱이나 검은색 필터처럼 보이지만 내부에는 물질이 달라붙을 수 있는 넓은 표면이 형성되어 있습니다.
활성탄은 물속의 일부 물질을 표면에 흡착하는 역할을 합니다.
여기서 흡착은 물질이 다른 물질의 표면에 달라붙는 현상을 의미합니다. 스펀지가 물을 안쪽으로 빨아들이는 것과는 조금 다른 개념입니다.
활성탄 필터는 잔류 염소나 냄새와 맛에 영향을 주는 일부 물질을 줄이는 데 활용됩니다. 수돗물 특유의 냄새가 정수기를 통과한 뒤 상대적으로 줄어드는 데 이러한 필터가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정수기 종류에 따라 더 미세한 물질을 걸러내기 위한 별도의 막 필터가 사용되기도 합니다.
막에는 매우 작은 통로가 있어 일정한 크기보다 큰 물질이 통과하기 어렵게 만듭니다. 어떤 막을 사용하는지에 따라 걸러낼 수 있는 물질과 방식이 달라집니다.
정수기의 필터 구조가 제품마다 다른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모든 정수기가 동일한 원수와 동일한 목적으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어떤 제품은 맛과 냄새 개선을 중심으로 설계되고 어떤 제품은 보다 정밀한 막 여과 기술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따라서 필터가 많다고 무조건 더 좋은 정수기라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중요한 것은 해당 필터가 어떤 물질을 줄이도록 만들어졌는지 그리고 실제로 필요한 정수 성능을 갖추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입니다.
정수기를 통과한 물이 투명해 보이는 것만으로 모든 물질이 제거되었다고 판단할 수도 없습니다.
물속에는 눈으로 확인할 수 없는 작은 물질이 많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물에 들어 있는 모든 성분이 반드시 나쁜 것도 아닙니다. 물에는 칼슘이나 마그네슘과 같은 미네랄이 존재할 수도 있습니다.
결국 정수기는 물을 완전히 새로운 물질로 바꾸는 기계가 아닙니다. 들어온 물을 여러 특성을 가진 필터에 통과시키면서 입자성 불순물과 냄새에 영향을 주는 물질 등을 제품의 정수 방식에 따라 단계적으로 줄이는 장치입니다.
정수 방식에 따라 물을 걸러내는 원리가 달라진다
정수기를 비교하다 보면 역삼투압이나 중공사막 그리고 나노필터 같은 낯선 용어를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용어가 등장하는 이유는 정수기마다 물을 걸러내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가장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것은 막을 이용한 여과입니다.
물이 아주 작은 구멍이 있는 막을 지나가도록 하면 구멍을 통과할 수 있는 물질과 그렇지 못한 물질을 어느 정도 구분할 수 있습니다. 체로 국수의 물을 빼는 것과 기본적인 생각은 비슷하지만 정수기에 사용되는 막은 훨씬 미세합니다.
대표적인 방식 가운데 하나가 중공사막을 이용하는 방식입니다.
중공사막은 가운데가 비어 있는 매우 가느다란 섬유 형태의 막을 여러 개 모아 놓은 구조입니다. 물이 이 막을 통과하면서 일정 크기 이상의 입자나 미생물 등을 걸러내도록 설계할 수 있습니다.
또 다른 방식으로 역삼투압 방식이 있습니다.
역삼투압 방식에서는 매우 미세한 막에 압력을 가해 물을 통과시킵니다. 물은 막을 지나가지만 여러 용존 물질은 상대적으로 통과하기 어려워집니다. 그래서 다양한 물질을 줄이는 데 사용될 수 있습니다.
역삼투압이라는 이름은 자연에서 일어나는 삼투 현상과 반대 방향으로 물을 이동시키기 때문에 붙었습니다.
쉽게 말하면 물에 압력을 가해 매우 촘촘한 막을 억지로 통과시키는 방식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는 막을 통과한 물과 막을 통과하지 못한 물이 나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일부 역삼투압 정수기는 정수 과정에서 일정량의 물이 배출되기도 합니다.
정수 방식마다 장점과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어떤 방식이 모든 상황에서 무조건 가장 좋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원래 들어오는 물의 수질과 사용 목적 그리고 유지 관리 방법을 함께 생각해야 합니다.
우리나라의 수돗물은 정수장에서 여러 단계의 정수와 소독 과정을 거쳐 공급됩니다. 가정용 정수기는 이러한 물을 다시 사용 목적에 맞게 여과하여 맛과 냄새에 영향을 주는 물질이나 제품이 대상으로 하는 특정 물질을 줄이는 역할을 합니다.
정수기를 사용하면 수돗물이 살균되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정수와 살균은 같은 개념이 아닙니다.
필터는 물질을 걸러내거나 흡착하는 역할을 할 수 있고 일부 제품에는 별도의 살균 기능이 추가되기도 합니다. 어떤 기능을 제공하는지는 제품마다 다르기 때문에 정수기라는 이름만으로 모든 기능이 있다고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냉수와 온수가 나오는 기능도 정수 과정 자체와는 별개의 기능입니다.
냉수가 나오는 정수기는 정수된 물을 차갑게 만들거나 차가운 상태로 저장하는 냉각 장치를 갖추고 있습니다. 온수가 나오는 제품은 별도의 가열 장치를 이용하여 물의 온도를 높입니다.
따라서 정수기에서 차가운 물이 나온다고 해서 차갑게 만드는 과정에서 물이 정수되는 것은 아닙니다. 먼저 필터를 통해 정수하고 이후 제품 구조에 따라 물의 온도를 조절하는 것입니다.
최근에는 물을 내부 탱크에 저장하지 않고 사용할 때 바로 정수해 내보내는 직수형 제품도 많이 사용됩니다.
저수조형 제품은 일정량의 정수된 물을 저장해 두었다가 필요할 때 공급하는 방식이고 직수형은 수도와 연결된 물이 필터를 통과한 뒤 바로 나오는 방식입니다.
두 방식은 물을 공급하고 관리하는 구조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저수조를 사용하는 제품은 저장 공간을 위생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고 직수형 제품도 출수구와 내부 유로를 깨끗하게 관리해야 합니다.
결국 정수기는 단순히 필터 하나에 물을 통과시키는 기계가 아닙니다. 활성탄의 흡착과 미세한 막을 이용한 여과 등 여러 원리를 제품의 목적에 맞게 조합해 물을 정수합니다.
필터를 제때 교체하지 않으면 정수 성능이 떨어질 수 있다
정수기를 사용하면서 가장 중요하지만 놓치기 쉬운 것이 필터 관리입니다.
정수기 안에 필터가 들어 있으니 계속 깨끗한 물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필터는 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부품이 아닙니다.
필터가 물속의 물질을 걸러낸다는 것은 그 물질이 필터에 계속 쌓인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침전물 필터는 물속의 입자성 물질을 걸러냅니다. 사용 기간이 길어질수록 필터에는 더 많은 물질이 쌓이고 물이 지나갈 수 있는 공간도 줄어들 수 있습니다.
활성탄 역시 사용할 수 있는 능력에 한계가 있습니다.
활성탄의 넓은 표면에 여러 물질이 계속 흡착되면 시간이 지나면서 새로운 물질을 붙잡을 수 있는 공간이 감소합니다. 결국 처음보다 성능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제조사는 필터마다 권장 교체 시기를 정해 놓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교체 시기가 단순히 사용한 날짜에 의해서만 결정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같은 정수기를 사용해도 한 사람이 사는 집과 여러 명이 사는 집은 하루에 사용하는 물의 양이 다릅니다. 원수의 상태와 실제 사용량에 따라서도 필터가 받는 부담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제품에서 안내하는 교체 주기와 사용량 기준을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필터를 오랫동안 교체하지 않으면 물이 나오는 속도가 느려지거나 맛과 냄새에 변화가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겉으로 아무런 변화가 없다고 해서 필터 상태가 항상 정상이라는 의미는 아닙니다.
정수기의 위생은 필터만 관리한다고 끝나는 것도 아닙니다.
물이 나오는 출수구는 우리가 컵이나 물병을 가까이 가져가는 부분입니다. 손이나 컵이 반복적으로 가까이 닿기 때문에 외부 오염에 노출될 수 있습니다.
출수구에 물방울이 계속 남아 있거나 주변을 오랫동안 청소하지 않으면 위생적인 관리가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제조사의 관리 방법에 따라 출수구 주변을 정기적으로 깨끗하게 관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물을 저장하는 탱크가 있는 제품이라면 내부 저장 공간 관리도 중요합니다. 정수된 물을 일정 시간 보관하기 때문에 제품에서 권장하는 청소와 점검 방법을 따르는 것이 좋습니다.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았던 정수기를 다시 사용할 때도 주의가 필요합니다.
장기간 집을 비웠거나 정수기를 사용하지 않았다면 내부에 물이 오랫동안 머물러 있었을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제조사가 안내하는 방법에 따라 일정량의 물을 흘려보낸 뒤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필터를 직접 교체하는 제품이라면 교체 방법도 정확하게 지켜야 합니다.
필터가 제대로 장착되지 않으면 물이 새거나 정상적인 여과가 이루어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교체 후 일정량의 물을 흘려보내도록 안내하는 제품도 있으므로 설명서를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정수기 주변을 청결하게 유지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정수기가 깨끗한 물을 만들어 준다고 해도 물을 받는 컵이나 물병이 오염되어 있다면 위생적인 음용이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물병은 정기적으로 세척하고 입을 대고 마신 물병을 장기간 실온에 방치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정수기 물을 받아 냉장고에 오래 보관한다고 해서 계속 신선한 상태가 유지되는 것도 아닙니다. 필요한 만큼 받아 마시고 물을 담는 용기도 깨끗하게 관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결국 정수기에서 중요한 것은 좋은 필터를 사용하는 것뿐만 아니라 그 필터와 정수기를 제대로 관리하는 것입니다.
아무리 성능이 좋은 정수기라도 필터를 권장 기간보다 지나치게 오래 사용하거나 출수구와 저장 공간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처음과 같은 상태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정수기는 물을 한 번에 완전히 바꾸는 기계가 아니라 서로 다른 역할을 하는 여러 필터를 이용해 물속의 물질을 단계적으로 줄이는 장치입니다. 비교적 큰 입자를 먼저 걸러내고 활성탄으로 냄새와 맛에 영향을 주는 일부 물질을 흡착하며 제품에 따라 미세한 막을 이용해 더욱 작은 물질을 걸러내기도 합니다.
정수 방식에 따라 제거하거나 줄일 수 있는 물질이 다르기 때문에 필터가 많다는 이유만으로 성능을 판단하기보다 어떤 정수 방식을 사용하는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무엇보다 필터에는 사용할 수 있는 기간과 처리 용량이 있으므로 권장 교체 주기를 지키고 출수구와 내부를 깨끗하게 관리해야 합니다. 매일 아무렇지 않게 물 한 잔을 받는 정수기 안에는 여과와 흡착 그리고 압력을 이용한 다양한 과학 원리가 숨어 있습니다.